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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경 칼럼] 터키 정국, 빠르게 안정될 것 관리자2013-07-15

관리자   /   2013-07-15 kibwa@kibwa.org
발행일 2013-07-01

 

위기에 빠져있던 관광대국 터키가 점차 수렁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도시개발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관광 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손상을 입었던 터키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시위는 지난해 말 터키 정부가 이스탄불 시민들의 휴식처인 ‘게지공원’을 없애고 현대식 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문제는 ‘게지공원’이 터키공화국을 탄생시킨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역이며, 정부의 개발 의도 또한 아타튀르크의 가치를 훼손시키려는 데 있다는 점이었다. 즉, 충돌의 중심에 아타튀르크가 있는 것이다.

‘게지공원’은 오스만제국 시절이던 1909년 술탄 압둘하미드 2세가 자유주의 개혁을 막기 위해 포병막사를 설치했던 곳으로, 1924년 터키공화국을 수립한 아타튀르크는 이 막사를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했다. 그런데 보수 이슬람 성향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 공원을 허물고 그 자리에 다시 이슬람식 건물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던 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한 건 지난 5월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폭력진압에 나서면서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불만에 쌓여있던 시민들이 공원 인근의 탁심광장으로 모여들어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사실 아타튀르크는 20세기 초까지 이슬람권의 맹주였던 오스만제국을 해체하고 터키공화국을 창설하면서 정치에서 이슬람을 철저히 배제시켰다. 그의 이같은 정책은 ‘세속주의 정책’으로 불리며 여전히 종교의 영향력이 큰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과 터키를 구분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시위는 이슬람 근본주의로 회귀하려는 에도르안 총리에 맞서 아타튀르크를 지지하는 지식인과 중산층, 젊은이들이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터키를 세속적 국가로 인식하는 이들은 정부의 조치를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고 아타튀르크를 폄하하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터키의 이번 시위는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슬람권 각국을 휩쓸며 독재자들을 무너뜨린 ‘자스민’ 혁명과는 성격이 다르다. 반정부 시위의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여타 이슬람권 국가들과 달리 터키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되어 온 국가이고 현 정부 역시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정부다. 그런 점에서 혁명과 같은 과도한 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실제로 시위도 점차 잦아들면서 정국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문제는 언제쯤 관광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터키의 관광 수요는 상승세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우리나라만 해도 올 들어 터키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타 장거리 지역의 한국인 방문 추이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에 반해 한국인의 터키 방문 성장세는 이례적일 정도로 상승세에 있었다.

한국인의 터키 여행이 급격히 늘어난 주요 원인은 타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물가가 저렴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터키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관광 자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터키의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나톨리아반도(소아시아 지역)에는 8천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유물이 출토됐으며, 고대왕국 히타이트와 프리기아, 우라투르, 리디아, 페르시아를 거쳐 헬레니즘, 로마, 비잔틴, 셀주크, 오스만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역사에 가장 중요한 문화 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전 세계의 역사와 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로마제국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이탈리아 대신 터키를 가봐야 한다. 이탈리아에는 없는 고대로마의 도시 유적지들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어려움에 빠진 형제의 나라 터키가 이번 시위를 계기로 더욱 안정된 관광대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한국 관광객들의 많은 관심과 방문도 기대한다.


여행신문 tktt@traveltimes.co.kr